대중음악계의 유구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가 지난 3월 14일에 개최되었습니다.
올해, 2021 Grammy Awards는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되었고, 미국이 아닌 해외에 있는 공연자들은 녹화본을 송출하였습니다. 시상할 때에는 시상자와 수상자가 서로 카메라 앞에서 비대면 인터뷰를 가졌구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상식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
특히 올해에는 대한민국의 케이팝 아이돌 가수, 방탄소년단 (BTS)가 한국 최초로 노미네이션 되어 화제가 되었죠! (아쉽게 수상은 불발되었지만,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만큼, 한편에선 상당히 보수적인 시상식이라는 여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들어 다양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는, 유서 깊은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드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먼저 그래미 어워드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드릴게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는 195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입니다. AMA(American Music Awards), 그리고 빌보드(Billboard Music Awards)와 함께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대중음악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큰 시상식이죠.
The Recording Academy라는 음악을 깊게 공부 및 연구하고, 전문적으로 음악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협회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입니다. 그래서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가 됐다거나, 수상을 했다는 얘기는 해당 공연자에겐 굉장한 영광과 엄청난 성취라고 여겨집니다.
그래미 어워드의 수상까지의 과정은 부문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엔 전체적인 과정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 봅시다!)
먼저, 레이블 회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과 트랙을 그래미에 제출(Submission)합니다. (비속어와 욕설이 삭제된 clean version의 레코딩만이 제출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다음으로, 150여 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제출된 음반과 트랙을 듣고 알맞은 장르의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스크리닝(Screening) 작업에 들어갑니다.
분류가 다 되면, 미국 녹음 예술 및 기술 협회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 a.k.a. NARAS)의 회원들이 자신의 전문 장르에서 최대 15개의 카테고리에서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에서는 모든 회원들이 투표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후보들을 선별(Nominating)합니다.
* 여기서 잠깐! 제너럴 필드란, 올해의 앨범상(Album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 올해의 노래상(Song of the Year), 최고의 신인상(Best New Artist)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본상인 것이죠. 이 부문들의 경우엔, 공개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시상한다고 하니, 그만큼 제너럴 필드의 후보와 수상자에 대한 관심은 매년 뜨겁습니다.
앞의 투표 결과에 따라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선별 과정(Special Nominating Committee)을 가집니다. 후보는 일반적으로 최다표를 받은 아티스트가 최종 후보로 선출이 되고, 만약 같은 수의 표를 받았다면 후보를 더 추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뽑힌 노미네이션 리스트는 11월 말~12월 초 즈음에 대중들에게 공개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 수상자를 결정짓는 최종 투표 단계(Final Voting)에서는 1차 선출 때와 비슷합니다. NARAS 회원들이 자신의 전무 장르에서 최대 15개의 카테고리에 투표를 하고, 거기서 최다표를 얻은 아티스트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는 것이죠.
시상식이 큰 만큼,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부터 마지막으로 상을 받는 단계까지 제법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군요.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위원회에게 인정받아 수상을 하게 된다면, 정말 대단한 영광일 수밖에 없는, 그런 과정이네요!
하지만, 그래미 어워드에도 논란은 존재합니다. 인종차별부터 장르 차별까지. 심지어는 앞서 말씀드렸던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공정성 역시 대두되고 있는 논란 중 하나입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논란은, 그래미 어워드와 Recording Academy 내부의 문제입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시상식이니만큼, 심사위원들의 보수성이 시상식의 공정성을 저하시킨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대중들 사이에선 "중간급 정도(middlebrow)의 백인이 문화를 정의 내릴 정도의 흑인 예술(culture-defining black art)을 뛰어넘는다"라는 평이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서, 위의 그림처럼 켄드릭 라마와 비욘세와 같은 흑인 가수들이 백인 가수들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 해당 일러스트는 2017년 그래미 어워드를 요약한 그림입니다.
당시 대중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고, 트렌드를 주도했던 가수들임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그래미의 노미네이션 과정에 대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2021 그래미 어워드에서 가장 크게 이슈였던 것은 The Weeknd의 그래미 보이콧이었습니다. 위켄드는 뉴욕타임즈를 통해 "그래미 어워드의 투표 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2020년 최고의 히트 음반이었던 "Binding Lights"가 그 어떠한 부문에서도 노미네이트 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투표 기준이 투명하지 않은 위원회 때문에 앞으로 그래미 어워드에는 불참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고의 가수들만 공연할 수 있다는 Super Bowl(미국 프로미식축구의 챔피언 결정전)의 축하 공연을 멋지게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로 선출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런 위켄드의 보이콧을 지지하는 대중들 역시 늘어나고 있고요.
특히, 올해 그래미 어워드를 앞두고서는 드레이크, 할시, 그리고 니키 미나즈와 같은 유명한 가수들 역시 시상식과 Recording Academy, 후보를 선출하는 협회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는데요.
'뇌물'의 경계선에서 애매모호한 선의 '뇌물'로 후보가 정해지고는 한다, 라는 말이 유명 아티스트가 소셜 미디어에 직접 말한 것을 보면 그만큼 선출 과정에 있어서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또한 Deborah Dugan (CEO of the Recording Academy in 2019 & 2020) 역시 후보 심사위원단의 소수 고위 임원직들이 자신들과 '아는 사이', 소위 말해, 연줄을 통해 후보를 선출한다,라고 주장했고요.
(여담이지만, Dugan의 경우, Recording Academy와 여러 가지 문제를 두고 대립 중에 있습니다.)
공정하지 않은 과정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시상식이 무슨 의미가 있냐, 라는 의미에서 그래미 어워드의 "음악계의 가장 성대한 밤"이라는 타이틀이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다음으로는, 점점 더 글로벌화(Globalizing)되는 음악 산업계를 쫓아가지 못하는 시상식이라는 여론 역시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심사위원단의 보수성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었는데요. 댄스, 일렉트로닉, 힙합 등의 장르는 그래미 어워드의 냉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와 대중들에게 '그래미 어워드는 음악 산업계의 현시대, 그리고 트렌드에 한참 뒤처져있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구요.
장르뿐만이 아니라, 국가(대륙, continents)에 대한 차별 역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들의 음반은 더욱 다양한 부문으로 나뉘어 수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외의 국가, 예를 들어 남미를 제외한 유럽, 아시아의 음반은 글로벌 뮤직 앨범(Global Music Album)에 한꺼번에 들어가니 해당 아티스트들은 경쟁률이 훨씬 높은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비판 때문에 대중들의 불만이 높아지니,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에선 각각 주체적으로 어워드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애플뮤직은 더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시상식을, 스포티파이는 멕시코에서 남미를 초점으로 한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서 깊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그래미 어워드의 화려한 이면 속엔 보수성으로부터 비롯되는 편협적인 시선이 남아있다는 것이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글로벌화되어가는 세상에서, 그리고 더 다양해지는 음악 산업계에서 트렌드에 맞추지 않고, 그들만이 주장하는 "진정한" 예술을 추구한다면, 과연 그것이 아티스트와 대중들에게도 "진정한" 음악으로 느껴질지 궁금하네요.
최근에는 Recording Academy에도 Diversity & Inclusion 부서를 설립해 이러한 논란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는 논란도 컸던 만큼, 이전의 그래미 어워드보다 훨씬 다양하고 포용적으로 진행된 시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시대의 변화에도 발 빠르게 맞추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그래미 어워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벌써부터 내년의 그래미 어워드가 기대되는군요!
출처:
나무위키, 그래미 어워드, namu.wiki/w/그래미%20어워드#s-2
이즘, 2021년 그래미 어워즈 결산!, 채널예스, ch.yes24.com/Article/View/44407
Wikipedia, Grammy Awards, en.wikipedia.org/wiki/Grammy_Award
Wikipedia, The Recording Academy, en.wikipedia.org/wiki/The_Recording_Academy
Grammy Awards Official Website, www.grammy.com/recording-academy/faq
나무위키, 그래미 어워드의 논란과 비판, namu.wiki/w/그래미%20어워드/논란과%20비판#s-3.8.1
Andrew R. Chow, Can the Grammys Survive the Changing Music Landscape?, Times, time.com/5943639/grammys-2021-controversies/
김유정, 2021 그래미 어워드 후보를 둘러싼 이슈, Billboard Korea, www.billboard.co.kr/main/news/view/527
유수빈, 위켄드, 그래미 보이콘 선언 "내 음악 허용하지 않을 것", 문화뉴스, 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929945&memberNo=22517376&vType=VERTICAL
Natalie Weiner, After Beyonce's Loss, Grammys Respond to Critics: 'Join the Academy and Be the Change You Want to See', Billboard, www.billboard.com/articles/news/grammys/7693423/beyonce-grammys-loss-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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